그런 월요일. 아빠 너무 맛있어요

병원 사업 뒤통수 맞고 나서 3번의 소송이 들어 왔어. 두번은 형사고소라서 차칫 잘못하면 감옥가는. 마지막 하나는 민사.  숨못쉬게 엄청난 금액. 그렇잖아도 힘든 아내와 가족에게 이런 이야기 까지 해서 그들이 겪는 바닥을 더 꺼지게 해주고 싶지 않아서 말 안했어. 교회 다니는 엄니 한테는 가끔 얘기한 기억은 나. 엄마. 내 소원은 감옥 안가는거라고. 엄니는 언제나 무표정.

최악의 상황. 나만 감옥가면 끝나는 일이니까. 그래서 나는 그냥 입을 다물기로.

재판갈때마다 바지가 끼이는것 같아서 살이 쪄서 그런줄 알았는데, 두번째 형사고소 무혐의 나서 화장실 가서 벌벌 떨면서 오바이트를 하는데 바지가 끼는게 아니라 혈압이 올라서 그런거였어.  아직도 연세대 인맥때문에 어쩔수 없이 날 배신했지만 술만 마시면 전화오는 함께 일했던 닥터들은 날 가르쳐. 그냥 그때 그놈들 횡령으로 감옥보내지 말고, 그냥 그때 우리 말 듣고 감옥 안보내고 조용히 내보냈으면 이런일 없었을 거라고.

몇년간 시체처럼 내방 침대에 누워 살면서 그때의 내 결정들을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되돌아 보곤 했었어. 진짜 횡령한 걔들 시키는 대로 했으면 이렇게 되진 않았지 않았을까 라고. 그리고 1년이 넘어갈 즈음  결국  내 잘못이었다고 인정할때… 지금의 고통은 그때 걔들 말대로 외곬수 내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생각이 들때 … 박근혜가 한방에 가버리데.  그리고 거짓이 다 홀라당 벗겨지데.

아… 그때 안그랬으면 어쩌면 내가 그놈들 대신에 감옥에 갔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어. 그나마 원리원칙 덕분에 지금 이렇게 숨붙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가족이나 아내에게 말 안하고 나혼자 삼킨 결정도 .. 잘했단 생각이 들어. 지금은.

몇년간 산도 끊고 인연도 끊고 모든것과 끊고 시체처럼 진공속에서 살았어. 내가 유일하게 안죽고 쥐고 있었던건 … 사랑하는 불쌍한 내딸. 지금은 엉망이 되었지만 그당시에 내가 내렸던 합리적인 결정들.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들. 그리고 음악과 페북. 그걸로 버텼어. (가끔 우울증약에 취해서 힘들땐 산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남겨주시고 가신 등산 밧줄 목에 걸고 어떻게 하면 덜 고통스러울수 있을까 캄캄한 내방에서 고민하던 때도 있었지만)

어제 내가 횡령으로 감옥보냈던 놈들이 내게 걸었던 마지막 민사재판 선고가 있었어. 사실 이전 두번 형사로 감옥가는것 보다 더 무서웠던 민사. 녹취 공증했던게 결정적인 증거였고 그게 받아들여져서, 마지막 내 인생의 재판은 무혐의 무죄.

변호사가 이기고 나서 소고기 배터지게 사주데. 앉아도 풀 한포기 안날 병원사업 할때부터 일했던 쫌팽이 그 양반이. 10여년간 힘들게 세웠던 병원체인 11개. 그리고 날라간 내 인생. 사랑… 민사로 다 찾아주겠다면서 미리 준비했던 민사손배소 20억 소장이랑 무고죄 함께 넣은 어제… . 울면서 꾸역꾸역 돼지같이 쳐먹었어.

집에와서 전날 잠을 설쳐서 한 7시간 넘게 잔후에… 가영이가 학원간다고 저녁에 배고프다고 하길래… 김치 냉장고 다먹은 김치통 밑에 있던 일개소대 병력 햄버거 빵으로 만든 베이컨 버거를 먹고나선

아빠 너무 맛있어요

웃으면서 우걱우걱 먹으면서. 너무 기분이 좋데. 행복하데.

그때 와닿데. 병원 10년동안 재판 40여번 한번도 행복하지 않었던. 그런데 이 재판이 마지막 이란 사실. 그리고 가영이가 햄버거를 너무 맛있게 먹데. 너무 너무 좋데. 기분이.

그런 월요일. 너무 고맙고 감사한 아빠 너무 맛있어요. 아빠 속은 개뿔도 모르는 ..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딸 한마디. 아빠 너무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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